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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지성인으로 살아가기

도서, <우리, 편하게 말해요> 이금희 아나운서의 말하기 수업

by 밍글밍글리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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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끌렸던 이유.

 어릴 때는 방학이 되면 평일 아침은 엄마가 늘 틀어놓는 TV 프로인 <아침 마당>으로 시작했다. 지금 이 프로를 보게 되면 내 기억 속의 인물들과 전혀 다른 아나운서들이 진행을 맡고 있지만, 당시엔 이상벽 아나운서와 이금희 아나운서 두 분이 매일 아침마다 새로운 게스트들과 마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어색함 없이 대화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금희 아나운서를 떠올려 보면, 뉴스톤의 또박또박 귀에 박히는 발음과 논리정연한 언변보다는 오히려 안정적이고 편안하면서도 신뢰감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책 커버 앞에 붙은 띠지에 인쇄된 이금희 아나운서의 모습과 "우리, 편하게 말해요"라는 책 제목을 본 순간 정말로 나한테 말을 거는 듯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 끌렸던 이유였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차분하고 따듯한 톤이 글에 베어 눈으로 보는데도 불구하고 이금희 아나운서의 익숙하고도 편안한 음성이 귀에 들리는 듯했다. 

 

아무도 말하는 법을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잖아요.

 이 말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로 말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다. 말 그대로 입으로 소리를 내뱉으면 다 말인 줄 알았다. 기억도 나지 않을 유아기를 거치며 누군가의 말을 듣고 따라 하다가 이해하기 시작하고 난 뒤 지금까지 입 밖으로 말을 내뱉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말은 그저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게 다인 줄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걸 말하는 법을 안다고 착각하고 산 모양이다. 오히려 언어를 깨우친 난 지금에서야 제대로 말하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살면서 말하기가 필요한 다양한 상황들을 직면한다. 모든 순간이 가볍게 농담이나 담소를 나누는 일이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일주일 중 닷새를, 그런 날들에서도 하루 반나절 이상을 공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소에 살아간다. 무릇 직장인이라면 어쩔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말보다는 글로 전달하는 방법을 선호하는 편이다. 글은 다른 누군가에게 닿기 전까지 내 입맛에 맞게 몇 번이고 수정할 수 있다. 게다가 당장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랜 기간 숙고한 뒤 옮겨 적을 수도 있다. 또 글을 쓰다가 막히면 덮어 두었다가 생각이 떠오를 때 이어서 써도 된다. 특히나 종이 위가 아닌 타이핑으로 쓰는 글이라면 한참이 지난 후에도 얼마든지 고쳐 쓸 수 있다. 하지만 말은 그렇지 않다. 말은 내 입 밖으로 일단 한 번 나오는 순간 수습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 된다. 그래서 나는 말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먼저 들어라.

 저자는 질문한다. "필요한 순간에 해야 할 말을 적절하게 하고 싶으시죠?", 이에 대한 답은 "잘 들어야 한다"이다. 먼저 말을 제대로 듣고 나서야 제대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갈수록 어려운 장소에서 입을 열어야 하는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 이 책에서도 '말로 마음을 달래는 건 훨씬 더 어렵다'라고 말한다. 위로를 건네야 하는 상황에 그에 걸맞은 표현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내 입에서 나왔던 말은 덜 자란 어른의 하찮은 위로 비슷한 것일 때가 많았다. 그동안의 나의 위로가 얼마나 어설펐는지 다시금 느껴본다.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들어주세요. 시간을 내고,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들어만 주세요. 놀랍도록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될 겁니다. (중략) 듣기의 힘은 그런 겁니다."

 

상대에게 어떤 세계를 열어주는 사람인가.

 나는 다정함이 이긴다는 말을 좋아한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장점을 발견하고 다정하게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날이 선 말로 쉽게 상처받는 나로서는 나로서는 말 한마디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인지 내가 하는 말의 무게의 경중을 재느라 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이 책에서도 어려서 엄마에게 '못생겼다'라는 이야기(거실에서 엄마와 손님이 하는 대화)를 듣게 된 후 대학생이 되기까지 그 말 한마디가 박혀 콤플렉스가 되어버린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들이 다 큰 성인이 되기까지 엄마는 기억도 못 할 무심코 했을 그 한 마디가 아들의 인생 전반에 걸쳐 지배하게 만들었다. 겨우 말 한마디로 일어난 일이다. 

 

우리, 편하게 말해요.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며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나는 어른들의 따듯한 응원을 좋아한다. 이 책을 차근차근 읽어 나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옆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읽는 내내 친한 언니가 옆에서 조곤조곤 위로와 조언을 건네주는 기분이었다. 

이 말하기 수업 책을 다 읽고 나면 입과 동시에 마음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회 생활은 물론이고 면접, 발표 등 다양한 상황에서 해야할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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