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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지성인으로 살아가기

미치게 친절한 철학,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때 배움이 시작된다.

by 밍글밍글리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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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 

  나에게 물리학의 정의를 묻는다면, 물질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해 자연을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이 대답이 물리학의 정확한 정의는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 어렴풋이 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천문학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천문학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천체를 다루는 학문이라 답할 수 있다. 물론 어떤 분야를 학문의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더없이 어려워지기 마련이지만, 어떤 학문도 그 학문이 무엇을 다루는지 '정의'를 모르고선 배울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나에게 철학이 어려웠던 이유는 이 학문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른 분야의 학문과 달리 '철학'이라는 학문은 무엇을 연구하는지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 학문에 대한 정의를 사전을 통해 찾아보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 세계의 근본 원리는 무엇이고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 따라온다. 이런 상황에 누구나 알 법한 저명한 철학자나 학파 중심의 단편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며 철학을 이해하려 했다. 

 

미치게 친절한 철학 책

  어떤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책의 저자 역시 이 책을 집어 든 독자 모두에게 철학을 설파할 요량으로 써 내려간 것이 분명하다.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된 철학에서 단숨에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쉽게 풀어 설명해 준다.

  이 책은 그간의 내가 알고 있던 철학이란 이름의 지식 조각의 퍼즐을 맞춰주는 역할을 했다. 어떤 학문이든 정의를 알고, 흐름을 파악해 단계적으로 나아가면 이해가 쉬워진다. 이 책은 철학의 흐름을 토대로 고대, 중세, 근대, 그리고 근대 철학의 붕괴 및 이후 현대로 시기를 구분하고, 현대 철학을 다시 현상과 실존주의, 프랑크푸르트학파, 언어철학과 구조주의, 포스트 구조주의로 다시 구조화했다. 이 틀을 토대로 뼈대에 살을 더하는 느낌으로 맥락을 파악하다 보면 추상적으로 다가왔던 철학이라는 학문이 점점 친숙해지기 시작한다.

 

철학을 왜 배워야 할까.

  우리는 최첨단이라 칭하는 기술을 누리며 살고 있다. 철학이라는 학문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어떤 기준 또는 가치관 없이 기술이 남용될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철학적 사고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런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서도 철학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 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자는 철학을 배운다는 것은 '배우고 경험하며 깨닫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원리를 발견하고 실생활에 활용함으로써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활동'을 철학이라고 한다. 지혜롭다는 의미는 사전적으로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 있다'라는 것이다. 이를 다시 생각해 보면 철학은 어떠한 현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어떠한 원리를 깨달아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찾는 일 같다.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

  나는 출퇴근 길에서 전자책을 읽거나, 뉴스거리를 훑어본다. 동시에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출근 후에는 온종일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업무에 치이다 집에 돌아온다. 퇴근 후 온전한 나의 시간에는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OTT 서비스를 틀어놓고 빠져든다. 생각이란 게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

  철학 즉, 필로소피(Philosophy)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사랑을 뜻하는 '필로스(Philos)'와 지혜를 뜻하는 '소포스(Sophos)'가 합쳐진 단어로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철학에 대해 배우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유를 이해하고 다시 그 사유가 극복되는 과정을 살펴본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각의 크기를 확장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 철학인 것이다. 이 책을 처음 훑어 보고 난 뒤 생각의 크기를 확장시키는 연습을 할 시간, 즉 무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깊이 사유할 시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때 배움은 시작된다. 

  어떤 학문이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책 한 권을 독파한다고 책 안의 모든 내용이 내 것이 되진 않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이 책을 두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처음에는 큰 맥락을 살피고, 그 정리된 맥락을 기반으로 자세히 읽어나가길 권장한다. 지금껏 나와 같이 철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시작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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